배용준의 위험한, 하지만 유쾌한 첫 경험
배용준의 위험한, 하지만 유쾌한 첫 경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돌아가면 안 될까요. 스튜디오에서 찍죠."
배용준은 최근 인터뷰용 사진 촬영을 위해 서울 중구 필동 남산 한옥마을을 들어서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멈췄다. 이날 한옥마을에선 시민노래자랑이 열려 혼잡했기 때문. 속으로 '까탈스러운 건가'라며 기분이 상할 즈음 그의 연이은 한마디가 들려왔다.
"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모두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잖아요."
'아이쿠! 헛짚었군.'
스크린 데뷔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호평받고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과거와 다른 지금의 그를 대변할 수 있는 몇 가지의 단어들이 각인됐다.
여유
그랬다. 배용준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변신'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듯했다. 말을 아끼고 행동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 때로는 억지스럽게 애쓰던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그 역시 "예전엔 나를 감춰 놓고 완벽해지려고 애썼지만 요즘엔 나를 열어 놓고 완벽을 추구한다"고 했다.
배용준에게 여유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노희경 작가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이후 2001년 <호텔리어> 그리고 지난 해 <겨울연가>를 거치며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쪽지 대본을 받아 현장에서 연기하던 <호텔리어>와 때론 대본도 없이 현장 느낌만으로 대사를 만들어야 했던 <겨울연가>를 거치면서 나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고 했다. 철저히 계산된 연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던 이전의 그가 아니었다.
선택
배용준이 첫 영화 출연작으로 <스캔들>(봄, 이재용 감독)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주위에선 모두 '의외'로 받아들였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배용준이 사극에 어울릴까' '영화계에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는 로맨스나 액션도 아닌데'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스캔들> 기자 시사회에서 배용준은 주위의 우려를 일거에 날려버렸다. '괜찮다'를 넘어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끌어냈다.
"선택은 운명을 좌우한다"는 배용준은 "<스캔들>의 시나리오는 내게 온 게 아니라 내가 일부러 구해서 읽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욕심에 이재용 감독을 찾았다. 첫 만남에서 상투 틀고 콧수염 붙이고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다.
톱스타로선 상상할 수 없는 태도였다. 그 자리에서 이 감독은 "용준 씨 같이 합시다"라고 했다.
색깔
배용준은 스스로를 "성실하고 부지런한 스타일"이라면서도 "한 구석에는 바람둥이 기질도 있고 사기꾼 기질도 있을 것이다. 배우는 여러가지 색깔을 다양하게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평론가들은 "조선시대 바람둥이 조원이 배용준을 만나 현 세태에도 어색하지 않게 살아났다"고 평했다.
<스캔들>에선 자신을 백지 상태로 비웠다. 박중훈의 "용준아! 연기를 계산하지 말고 현장에서 느껴라"는 충고도 한몫 했다. 이 감독의 콘티에 충실했다. 상대 배우로부터 받는 느낌도 소중하게 삼아 자신의 감정과 섞어보려 노력했다.
기다림
지난 94년 드라마 <사랑의 인사>로 데뷔한 이래 10년 만의 스크린 첫 진출이다.
"그동안은 영화 출연이 내키지 않았다. 두렵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마음이 옮겨 갈 시기를 기다렸을 뿐이다"고 했다.
스스로 "내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는 그는 한 곳을 정해 놓지 않았다. 당장 그 앞에는 90㎏대로 몸무게를 불려야 하는 드라마와 코믹 영화가 각각 한 편씩 선택을 기다리고 있지만 말을 아꼈다.
배용준의 꿈은 영화 감독. 하지만 역시 서두르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영화학에 대한 공부도 소걸음처럼 느긋하게 할 생각이다. "현재로선 영화 연출은 꿈일 뿐이다. 하지만 꿈을 잃은 삶은 건조하다. 그래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꾸준히 배우겠다"고 했다.
박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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